나의 이야기

국내최대의 싸이언토리엄 국립과천과학관에서의 하루는 짧다

여객전무 2009. 4. 12. 10:57

 

-‘과학의 달’을 맞아 찾은 국립과천과학관-


 봄비 그친 화창한 주말에 찾은 과천과학관은 오전부터 가족단위의 관람객과 단체관람 온 학생들로 붐볐다. 말로만 들어서는 그 규모가 실감나지 않는 국립과천과학관은 한번 돌아보는 데에만 한나절이 걸린다고 하니 발품 꽤나 팔아야겠다는 생각에 단단히 각오하고 나섰다. 작년 11월 개관해 하루 평균 1만1천명이 방문하는 교육과학기술부 산하 국립과천과학관은 부지 243,970㎡, 건축 연면적 49,582㎡의 싸이언토리엄(Scientorium)으로 총 685주제 4,203개의 전시물이 설치되어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인 국립과천과학관은 전시품의 50%이상이 작동․체험방식이다. 직접 만져보고 체험하기 위해선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이곳은 과학 및 통합교과형 논술테마가 가득해 대입수능준비까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종합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의 장이다. 각 전시장에서 전문큐레이터와 도슨트들이 전시물 안내와 해설을 해주고 있으며, 휴대용 단말기(PDA)를 통한 모바일 관람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기초과학관』부터 관람을 시작하기로 하고 입구에 들어서자 마침 ‘테슬라코일’시연이 있다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전자기유도에 의해 전기가 2만5천 볼트의 전압으로 방전되는 현상을 이용한 ‘테슬라코일’은 하루에 다섯 차례 운영된다는데 시작부터 잘 풀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전동차나 KTX도 2만5천 볼트의 전압을 사용하기 때문에 팬터그래프가 전선에 접촉할 때 “뿌지직”하는 소리가 난다.

 


테슬라코일 주변에 관람객들이 모여들었고, 시연 시 굉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임산부나 노약자는 이용을 제한한다는 안내가 뒤따랐다. 그래서 모여든 학생들 가운데 일부는 귀를 막았다. 예고된 대로 굉음과 함께 번개 같은 전기가 코일에 나타났다. 번개체험을 마친 뒤 지진체험관으로 향했다.

 


입체영상을 통해 진도규모 9.0까지 체험할 수 있는 지진체험 모션시뮬레이터 입구에 실시간세계지진정보도가 설치되어있다. 거기에 우리나라도 환태평양조산대에 속하는 것으로 표시되어있다. 얼마 전 이탈리아에서 많은 사상자를 낸 지진이 리히터규모 6.3이었고, 작년 중국 쓰촨성지진은 7.9규모였다. 진도규모 9.0이라면 지금까지 28만3천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의 2004년 지진과 같다. 체험실 이용은 어린이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

 

 

지진체험관에 잇닿아 있는 태풍체험관에 오니 작년 이맘때 마카오에서 만난 2008년 제1호 태풍 “너구리”의 악몽이 떠올랐다. 이곳에는 태풍, 돌풍, 회오리의 종류별 체험실이 있다.

 


방전플라즈마에 손을 대니 손 주변에 전기빛줄기가 모여드는 것이 신기하다. 걸음마를 갓 시작한 아기들이 고사리 같은 손을 갖다 대며 신이 나서 소리를 질러댄다.『기초과학관』에는 액체 속에 담긴 TV, 코일가속기, 광물원석 등 볼거리가 많았는데 그 가운데서도 인상적인 것은 ‘태아플라스티네이션’이었다. 잘 알지 못해서였는지 관람객들이 그 앞을 무심코 지나쳤는데 뭔가 낌새가 이상해 자세히 들여다본 결과, 그것은 자연사 후 기증된 28주째의 실제 태아였다. 이 ‘태아플라스티네이션’은 카톨릭의대 응용해부연구소의 협조로 유기체의 조직을 표본화해 반영구적으로 보존처리된 것이다.

 


 반대편 『명예의 전당』에는 마침 ‘석주명의 삶과 나비’라는 전시회가 열려 나비박사 석주명의 나비들을 볼 수 있었다. 과학박물관 동물학부장을 지낸 석주명은 나비분류학을 연구해 한국산 나비를 250여 종으로 정리했다. 현재 우리나라 나비이름의 70% 이상은 그가 지은 것이라고 한다.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 동판부조 중에는 소립자 물리학 분야의 세계 정상급 이론가인 이휘소 박사도 있다.

 


 『첨단기술관Ⅰ』에 들어서니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는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고, 그 옆의 연구성과전시관 눈에 띄는 곳에 철도기술연구 부스가 있었다. 안쪽 에스컬레이터는 2층의 『첨단기술관Ⅱ』의 항공우주전시관으로 연결되어있다. 고정익기(비행기)와 회전익기(헬리콥터) 시뮬레이션 바로 옆에는 스페이스캠프와 우주여행극장을 이용하려는 어린이들로 붐비고 있었다. 신장 120cm이상이어야 이용할 수 있는 무중력부상기 등 각종 시설물을 이용하기 위한 꼬마들이 키를 재고 있기 때문이었다.

 


 『첨단기술관Ⅱ』에서 『자연사관』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한국우주인 배출 1주년기념 특별전시가 있었다. 『자연사관』에는 백악기 공룡 에드몬토사우루스(Edmontosaurus)가 관람객을 맞았는데, 아장아장 걷는 꼬마를 피해 코너를 돌아선 순간 그곳에 버티어 서있는 긴털맘모스와 마주치며 ‘으악’ 비명을 질렀다. 전시되어있는 디플로도쿠스의 대퇴부가 내 키만 한데 둘레는 내허리보다 굵다.

『자연사관』안쪽 수족관에는 상어류와 가오리, 참돔이 헤엄치고 있었고, 어린 꼬마가 연신 “참돔아, 안녕?”을 외쳐댔다. 갑자기 생선회가 먹고 싶어져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조상의 과학적 지식과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전통과학관』에는 성덕대왕신종모양의 홀이 있었고 내부에는 50대 남성의 음성주파수와 유사하다는 성덕대왕신종의 소리에 대한 설명이 거대한 스크린과 함께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와 함께『전통과학관』에는 금속활자와 금과 은으로 주조된 태조대왕 어보가 전시되어 있어 우리 민족의 금속주조술이 남달랐다는 점을 새삼 되살렸다.

 

 

또 한가지 우리 선조에 대해 놀란 것은 조선시대에도 온실이 있어 눈 내린 겨울철에 채소를 재배했다는 것이다. 유리가 널리 사용되지 않았던 그 시대에 기름먹인 종이를 지붕에 발라 채광이 들게 해 식물을 재배했다는 사실에 감탄했다.

밖으로 나오니 가족단위로 둘러앉아 종이로켓접기를 하고 있었다. 4월 21일 ‘과학의 날’을 맞아 국립과천과학관과 과학동아가 주관하는 행사였다. 2009년 4월 15일은 우리나라 과학사에 있어 기억해야할 날이다. 우리나라 첫 위성발사체 'KSLV-1'의 발사대 인증시험이 나로우주센터에서 착수된 날이기 때문이다. 야외전시장 한편에 KSLV-1모형이 우뚝 서 있고, 천체관측소 쪽에서 떠오른 연과 모형비행기가 비개인 화창한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광장에 놓인 철길을 따라 표준전동차를 구경하며 오른편으로 접어드니 『쥬라기공원』이 펼쳐진다. 10여개의 공룡모형 사이로 엄마 손을 잡아 이끄는 어린이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단층과 주상절리 등 우리나라의 지질구조가 전시된 지질동산을 가로질러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반대편에 있는 『곤충생태관』으로 향했다. 생태관 안에는 보기 어려운 장수하늘소와 사슴벌레, 물방개 등이 서식하고 있었다. 전시물을 보던 꼬마가 비명을 지른다. ‘브라질리언자이언트화이트니’라는 긴 이름의 어른주먹만한 거미가 전시되어있었던 것이다. 이 거대한 거미는 애완용으로 각광받는 종이라고 한다. 출구 앞 유리단면벽을 통해 흙속에서 꿈틀거리는 누에가 보인다.

 

 

2시반에 로봇공연이 있다고 해서 서둘러 본관 2층 중앙홀로 향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도슨트들이 상자 안에서 뭔가 주섬주섬 꺼내놓는다. 알고 보니 커다란 휴머노이드 ‘마루’가 아닌 소형 로봇 7개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실망스럽긴 했지만 하루 종일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다 보니 배터리가 떨어져 로봇사진을 찍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했던 터라 오히려 다행이다. 로봇들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어린이들은 노래를 따라 부른다. 로봇 중 일부는 다른 동작을 취하기도 하는 등 제법 변화 있는 댄스를 추었고 곳곳에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로봇 중 하나가 깡총깡총 뛰는 동작을 하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도슨트가 들어가 일으켜 주니 다시 춤을 춘다. 세 번째 앵콜곡인 ‘올챙이송’이 홀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천체투영관』에서 디지털 돔 영상장치를 통한 40분짜리 영상물을 보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공연시간이 임박하니 상영관이 꽉 찬다. 서울 남산의 밤하늘이 펼쳐지고 황소자리와 쌍둥이자리 등 별자리가 나타난다. 꼬마들이 들떠서 큐레이터의 질문에 꼬박꼬박 잘도 대답한다. 『천체투영관』에서 빠져나오니 어느덧 관람종료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는데 그러고 보니 발이 아팠다. 이곳은 하루만에 다 관람할 수 없으니 자주 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과연 그런 것 같다.

 


 이번 국립과천과학관 방문은 꿈나라를 다녀온 것 같았다. 이곳에서 어린이들은 꿈을 키울 수 있을 것이고, 어른들은 지나간 꿈을 다시금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구  분

국립과천과학관 관람안내

관람료

어린이 2,000원(단체 1,500원), 어른 4,000원(단체 3,000원),

노인, 장애인 및 국가유공자 1,000원(단체 500원)

관람시간

09:30~17:30

휴관일

매주 월요일, 공휴일 다음날, 1.1일, 설날 및 추석연휴, 임시공휴일

주차료

1일 소형 3,000원, 대형(25인승 이상) 9,000원

※ 천체투영관 : 어른 2,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 , 노인, 장애인 및 국가유공자 1,000원

   천체관측소 : 10,000원(만 7세 이상 가능) 13:30~21:30 (인터넷 예약자에 한함)


◆ 개관(’08.11.14) 이후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선정된 “고객이 감동하는 10대 전시물”

테슬라코일, 로봇(휴머노이드 마루)시연코너, 지진체험실, 스페이스캠프, 생동하는 지구(SOS),

에드몬토사우르스, 천체투영관, 3D영상관, 전파망원경, 사상의학 체질감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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