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릉

성역에 불어오는 봄바람 - 화랑대역 태릉 육군사관학교

여객전무 2009. 3. 27. 09:54

 봄꽃 핀 화랑대역은 화사하다. 파란만장한 근대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화랑대역은 간이역이긴 하지만 등록문화재 제300호로 지정된 목조건축물인 역사(驛舍)만 해도 볼거리다. 특히 석양이 질무렵 바라본 화랑대역의 모습은 시간여행을 온 듯 환상적이다. 역무실 창밖엔 진달래가 터질듯 꽃망울을 머금고, 맞이방 창너머로 봄바람이 스쳐간다.


 화랑대역 한켠에는 20년간 화랑대역의 모습을 화폭에 담아온 김응수 화백의 아뜰리에가 있다. 맞이방에 전시된 김화백의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니 갤러리에 온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역구내 한켠에서 비밀의 화원의 감춰진 문을 열듯 조심스레 들어선 화실에 머리가 흰 어르신 한분이 낯선 객을 맞는다.

이 백발의 노신사가 아뜰리에의 주인인가 싶었더니 그 스승인 전창운 화백이다. 테레빈유 향이 풍기는 공간에 덜 마른 유화그림과 눌러쓰다만 물감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횡재한 기분으로 아뜰리에의 뒤뜰에서 하얀 캔버스를 배경으로 봄볕을 쬐고 계신 그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예약한 육사관람시간에 맞춰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시내에 이런 풍경이 있으리라고 누가 짐작이나 했으랴 싶은 화랑대역에선 간혹 옥수수를 훑어내듯 경춘선열차에서 타고 내리는 병사들을 볼 수 있다. 화랑대역에 내리면 바로 육군사관학교 정문에 닿아있어 병력을 수송하는 데 이용되기 때문이다.

 화랑대역에서 경춘선선로를 따라 펼쳐진 3km의 아름드리 플라터너스길은 서울시에서 선정한 ‘걷고 싶은 길’로 유명하지만, 진짜 걷고 싶은 길은 육군사관학교 안에 있다. 작년 10월부터 개방된 육사의 정돈된 길을 따라 관람객들이 지나간다. 문민정권 이전엔 이토록 아름다운 길을 걷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성역’이 개방되고 나서 처음 맞는 봄이다.

 

 면회소에서 방문증을 교부받아 길을 나서면 도서관으로부터 강의실이 있는 화랑관쪽으로 이동하던 생도들과 반대편에서 오던 생도들이 마주치면서 거수경례를 한다.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를 이어갈 리더쉽과 인성교육이 이루어지는 이곳 육군사관학교에서는 조국에 대한 희생과 봉사정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배우고 있다.

 

 

 올봄에는 미래전에 대비한 정예군 육성을 위해 육․해․공군사관학교를 통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단일사관학교를 통해 유기적 협력을 기함으로써 각군의 이기주의를 극복할 수 있는 장교양성방안이 도출된 것이다. 화랑대에 새로운 바람이 일고 있는 참이다.

 

 

 육사박물관 앞에는 故박정희 대통령의 승용차가 전시되어 있고, 월남전 때 수류탄 위로 몸을 던져 부하들을 구한 강재구소령의 동상은 지금이라도 달려나올 듯한 태세를 취하고 있다.

 

 

 육사 범무천에 늘어진 수양버들이 몽환적이다. 연못가에 전시된 곡사포, 6.25남침의 선봉에 섰던 북한탱크와 이에 맞섰던 미군전차 등이 관람 온 어린이들에게는 마냥 신기하다. 대통령이 사열을 받는 화랑대연병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고, 도서관옆에 8개의 축구장이 연이어 있다. 도심에서 볼 수 없었던 탁트인 시계에 압도 당한다.

 

 육사에서는 본래 광화문에 위치해 있던 사적을 볼 수도 있다. 조선말 대원군은 비변사를 철폐하고 삼군부를 설치해 대궐의 수비와 도성의 순찰 등 군사를 전담시켰는데, 육사 안에 있는 청헌당은 광화문에 있던 삼군부 청사 가운데 하나이다. 1967년 정부중앙청사를 지으면서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다. 청헌당 현판에는 강화도조약 때 전권대신이었던 신헌의 낙관이 찍혀있다. 청헌당 처마가 날아갈 듯 경쾌하다. 또한 청헌당 옆에는 오위도총부 도총관을 지내다 스물한살에 죽은 조선 숙종의 여섯째 아들 연령군을 기리기 위한 신도비가 세워져 있어 군사에 관한 역사유적들을 관람할 수도 있다.

 

 

 화랑대에서 바라본 불암산 또한 절경이다. 샷을 날리면 불암산 암봉위에 얹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육사골프연습장은 늘 붐빈다. 화랑대에서 바라본 불암산은 노을이 질 무렵 바라본 화랑대역사, 수양버들과 어우러진 수인용탑이 범무천에 드리운 풍경과 함께 화랑대 3경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화랑대역에 내리면 육사 외에 또 다른 즐거움이 있다. 조선의 측전무후라 불렸던 중종비 문정왕후의 태릉(泰陵)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는 것이다. 육사가 자리잡기 이전에도 왕릉이 들어섰다는 것만으로 이곳은 성역으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기가 셌던 왕후는 사후에도 능역을 사격장과 선수촌에 내어주고 총성을 들어야만 했다. 능상에서 바라 본 시야엔 육사탑이 들어온다. 다행히 작년 11월 태릉클레이사격장을 충북 진천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사격연맹과 협의가 이루어져 능역복원공사가 진행중이다.

 

  

 중종과 함께 잠들고 싶어 서삼릉에 있는 장경왕후 곁에서 중종을 따로 파내어 강남의 선정릉으로 천장했던 문정왕후는, 선정릉이 지대가 낮아 장마철에 물이 나오는 바람에 결국 함께 묻히지 못하고 이곳 솔숲에 자리잡았다. 왕후 홀로 있어서 인지 능침 앞에 왕비를 상징하는 향나무가 여러그루 버티어 서있다.


 태릉 능침 뒤로 이어진 산자락 끝에는 문정왕후의 아들 명종과 인순왕후 심씨의 강릉(康陵)이 있다. 왕이 되어서도 문정왕후의 회초리를 맞던 명종의 능이어서일까. 마치 어머니의 치맛자락 끝에 숨어있는 것처럼 비공개로 보존되어있는 강릉 참도 돌틈에 이끼가 10cm이상의 길이로 자라있다. 태강릉 맞은편 먹골배밭에는 태릉숯불갈비와 추어탕집이 있어 차량들이 붐빈다. 봄바람에 실려오는 배꽃향기를 쫓아 경춘선열차를 타고 성역에서 도심의 센트럴파크로 변신한 화랑대역으로 떠나보자.

                                                                                                           글.사진 임은경

◆교통안내◆

-시내버스 (육사후문 하차): 석계역 1155, 1156번   중화동 : 1225번

-열차 : 화랑대역 경춘선 청량리행 도착 07:01 11:34 15:10 20:03

      (☎02-970-5311) 남춘천행 도착 06:31 10:04 19:18


◆육군사관학교 연혁◆

-1946. 5. 1 남조선경비사관학교

-1948. 9. 5 육군사관학교로 교명 개칭

-1950. 6.28 전쟁으로 임시휴교

-1951.10.30 진해에서 4년제로 재개교

-1955.10. 4 육사11기 졸업(4년제)

-1998. 2.28 최초 여생도 입교


◆육군사관학교 이용안내◆

-개방요일 : 매주 화요일 ~ 일요일(매주 월요일, 추석, 신정, 설날 제외)

-관람시간 : 1일 3회 (10:00, 14:00, 15:00)

  * 50명 이상 단체 이용자는 관람시간 제한없음

-관람코스 : 육사후문(종합안내소)에서 안내자에 의한 코스별 도보 관람

-학교소개 영화상영(박물관 강당, 17분 소요)

  1회(09:15), 2회(10:15), 3회(11:15), 4회(12:15)

  5회(13:15), 6회(14:15), 7회(15:15), 8회(16:15)

- 관람 문의 및 방법 : 육군사관학교 인행처에 1주일전 관람신청

      (문서, 전화, 인터넷, 방문) 승인후 관람

- 관람신청/문의 : 육사관광담당자(☎02-2197-6123)

                http://www.kma.ac.kr

-관람문의 : 노원구청 주민자치과(☎02-950-3027)

                http://www.nowon.seoul.kr

 

◆태강릉 이용안내◆

-관람시간 : 09:00 ~ 17:30 (정기휴일/매주 월요일)

-관람요금 : 대인 1,000원/소인 500원 65세이상 무료

-문의 : 태강릉사무소(☎02-972-0370)

 

◆음식점 이용안내◆

태릉숯불갈비 02-972-3335

허참이네태릉참배갈비 031-572-0392

고개통추어탕 031-572-9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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